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조이입니다. 만 34살이고요.
한국에서 태어나 쭉 살다가 석사가 끝난 후 독일로 박사과정을 하러 왔어요. 기초과학 강국인 독일과 일본 중 고민하다 재정지원이 더 좋은 독일을 선택했죠. 독일에 온 지 벌써 8년하고도 몇개월이 지났네요. 현재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박사후과정을 하고 있어요.
다만 일련의 이유로 연구 동기가 줄어들어, 한달 후에는 연구소를 떠나 회사에 들어가려고 해요. 회사에 취직해 사는 삶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8년 넘게 독일에 살면서 부끄럽게도 독일어를 거의 못하네요. 연구소를 그만두면 우선 독일어를 배우려고요.
기대했던 것만큼 독일은 기초과학을 공부하기에 좋은 나라인가요?
기초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온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다른 여러 국가들이 돈과 바로 직결시킬 수 있는 응용과학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독일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믿고 많은 지원을 해주는 나라입니다.
또 독일은 유럽 중심에 있으면서 유서 깊은 과학 강국이에요. 이 때문에 전세계 과학자들이 독일과의 커넥션을 중요하게 여기죠. 유명 과학자들이 저희 연구소에 방문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도 참 많았고요. 덕분에 다른 학회에서 발표할 때도 사람들이 제 연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오지 않아서 힘들거나 아쉬웠던 부분이 있을까요? 반대로 오히려 좋다거나.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쭉 살아서 뼛속까지 한국인이에요. 그래서 독일에 살면서 계속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 수 있어요. 한국은 죽을 때까지 내 나라에요. 독일은 그냥 내가 좋아하고 많은 시간을 보낸 곳, 고맙고 친숙한 나라일 테고요.
이렇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다행이에요. 마음속에 항상 한국을 품고 살아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 안전하고 자랑스러운 내 나라가 있기에 타지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겠죠.
공감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서글픈 날도 있고요.
변하고 사라진 것들을 생각하면 많이 힘들고 슬픕니다. 저희 반려견이 3년 전 열세살의 나이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우리 강아지와 더이상 함께 살지 못한다는 것….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과 일본에 살고 있는 남동생도 많이 그리워요. 남동생은 제가 독일에 온 후로 한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상실감과 그리움, 저 역시 너무나 잘 알아요. 특히 독일은 반려동물에 대한 케어도 대단하지 않나요?
우리 강아지가 떠나고 마음을 추스른 뒤 새로운 강아지를 입양하러 동물 보호소를 방문했어요. 그런데 환경이 생각보다 좋아서 인상 깊었어요. 동물 수에 비해 일손이 많아, 직원들이 각 동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케어를 해주더라고요.
또 산책이 필수인 강아지들을 위해 동네 주민들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산책봉사를 와줘요. 강아지들과 유대감도 깊고, 마치 임시 주인처럼 느껴졌어요. 이처럼 동물들에게 진짜 집이 되어주는 보호소가 우리나라에도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에 대해 좀 더 이야기 듣고 싶어요. 저도 독일이 무척 동물 친화적인 환경이라고 느끼거든요.
우선 독일에는 유기견이 없어요. 동물 유기는 강하게 처벌받아요. 혹시 거리에서 방황하거나 불의의 상황으로 가족을 잃은 동물이 있다면 ‘티어하임(Tierheim, 동물의 집)’으로 인계돼요.
티어하임은 동물 보호소 또는 동물 쉼터를 뜻해요. 그 안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으며 평생 가족을 기다리죠. 만약 개인이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티어하임에서 평생 살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직접 티어하임을 방문해보니 일반 가정집에서 사는 것과 조금 다르긴 해도, 이곳이라면 평생 아이들이 살기에 큰 문제 없겠다 싶었어요. 그만큼 공간이나 시설이 괜찮고 관리도 잘 돼있어요. 물론 티어하임마다 차이는 있을 거예요.
독일에서는 동물을 키우는 것도 쉽지 않아요. 티어하임에서 분양을 받으려면 아주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해요. 예컨대 저는 강아지를 입양하려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적사항, 집 크기와 위치, 정원 여부, 가족 구성원, 다른 동물이 있는지, 재택근무 등을 파악해요. 그 후 여건이 괜찮다 싶은 몇 팀을 골라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시켜요. 기본적인 훈련 능력이 있는지 보는 거죠.
그런 다음 티어하임에서 회의를 통해 입양 희망자들 중 가장 적절한 집을 선별해요. 직접 방문해 동물이 살기 적절한 집인지 둘러보고, 소정의 입양비를 지불한 후에야 마침내 입양할 수 있어요.
와, 조이님 경험담 덕분에 상세하게 알게 됐네요.
과정이 복잡하고 따지는 것도 많죠? 이 때문에 사실 독일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은 시간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여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만일 동물을 티어하임에서 입양하지 못한다면 개인 브리더로부터 분양받기도 해요. 이 역시 많은 비용이 들어서 물질적 여유는 필요하죠.
동물을 입양한 후 어떻게 대우하는지도 매우 중요해요. 독일에서는 이웃들이 모두 감시자입니다. 만약 이웃이 보기에 산책도 별로 안하고 강아지를 잘 키우지 못한다 싶으면 동물보호단체에 신고해요. 그럼 강아지를 압수해 티어하임에 데려가기도 하죠.
어떤 집은 고양이를 키우는데 창문에 방충망이 없었어요. 고양이가 살기엔 위험한 환경이라며 티어하임에 고양이를 압수 당했어요. 이렇다보니, 좋지 못한 환경에 놓인 동물 수가 한국에 비해 현저히 적어요.
독일은 이웃이 감시자 역할을 한다는 말이 사실이었군요. 확실히 동물 대우에 엄격하네요.
반려견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요. 함부로 만지거나 놀래키지 않고, 예의있고 친절하게 대해요. 그래서 어디든 반려견과 함께 다니기 참 좋은 환경이에요. 건강위생 관련된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반려견 입장이 가능해요.
공공장소 훈련도 무척 중요한데요. 독일에서는 문제행동을 하는 개가 있으면 개가 아니라 보호자를 쳐다봐요. 도대체 주인이 어떤 사람이길래 저러냐는 거죠.
또 놀라웠던 부분은 반려견, 반려묘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어류에게도 철저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이에요. 동물용품점이나 수족관 판매 직원은 구매자의 어항 크기와 물 상태 등이 어떤지 엄격하게 체크해요. 이런 점이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해요.
조이님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저와 가족의 행복이에요. 그래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가족에게 쓰려고 노력해요.
지난 여름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는 여동생 부부가 부모님을 초대했어요. 세달 동안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때 여동생 집에서 다같이 복닥복닥 보내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 또 남편과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를 다녀왔어요.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했죠.
지금은 따뜻하고 우리의 취향이 가득한 집에서 남편,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삶을 사랑해요. 손님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셋이 소파에 누워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시간. 산책을 나가서 웃을 때도 참 많고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장면이네요.
가족과의 행복했던 추억을 잊고 싶지 않아, 그 기억들을 바탕으로 소설이나 수필을 써요. 찬란했던 순간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글로 기록되어 오래도록 남을 수 있게…
그렇게 쓴 소설과 수필은 블로그나 글쓰기 모임에서 공유해요. 글은 안쓰면 퇴화하고 쓰면 늘기 때문에,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글쓰기 모임을 통해 꾸준하게 어떤 글이라도 쓰고, 모임원들과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퇴고를 진행하고 있어요.
남편분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독일에 온 지 3년쯤 됐을 때 저는 다양한 사람들 가운데 아시아인, 그중에서도 동아시아인, 그중에서도 한국인과 더 잘 맞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러 프랑크푸르트 한국인 커뮤니티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모임이 끝난 후, 같은 동네에 살아서 함께 열차를 타고 집에 오던 동갑내기가 지금의 제 남편입니다. 열차 안에서 대화할 때마다 생각이나 철학이 같아서 둘 다 놀랐죠. 혹시 어디서 뒷조사했나 서로 의심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냥 똑같은 생각을 동시에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그러려니 하며 살아요. (웃음)
— Part 2에서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