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40대 중반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애칭인 ‘보리수나무’라고 불러주세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어요.
어쩌다 독일에 오게 되셨나요?
30대가 저물어가고 앞자리 4를 준비하게 되는 30대 후반 즈음부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길 바랐어요. 회사의 노예가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싶었죠. 많은 직장인이 마음속에 품고 사는 두가지가 사표와 꿈이듯 저도 그랬어요.
정말 큰 결단을 내리고 퇴사를 했어요. 프라하로 떠나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했죠. 그러다 세계적인 팬데믹인 코로나19가 터졌어요. 저의 전재산을 투자한 그곳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어요. 못다 펼친 꿈에 한이 맺혀서, 이후 작은 기회라도 있으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으로 독일에 오게 됐어요.
퇴사 후 프라하에서 무엇을 하셨나요? 모든 것을 걸었던 일을 포기해야만 했을 때 정말 속상하셨겠네요.
제가 호텔관광경영학을 전공했어요. 그러다보니 저의 호텔을 갖고 싶었어요. 물질적으로 호텔을 소유한다기보다는, 손님들에게 안락함을 선사하고 편안한 쉼을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프라하에서 작게나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었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동안 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쪽잠 자가면서 조식을 준비할 때도 즐거웠어요. 조식을 못 먹고 새벽 일찍 나가셔야 하는 손님을 위해서는 더 일찍 일어나서 샌드위치라도 만들어 드리곤 했어요.
몸은 힘들어도 제 인생에서 가장 마음 깊이 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꼭 다시 할 거예요, 독일에서. Toi, toi, toi! (*행운을 빌 때 사용하는 독일어 표현)
현재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아쉽게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네요. 박람회나 전시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서 독일 혹은 유럽으로 오시는 분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저의 시간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어떤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으니 열심히 준비하면서 살아야죠.
취미나 관심사는.
사실 특별한 취미가 없었는데, 독일에 살면서 정신과 마음 건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어요. 그래서 마음 건강을 위해 내가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어요.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일기를 쓰는 기분이라 흥미롭더라고요.
요즘은 생성형 AI가 많이 나와서 인공지능 관련 프로그램을 사부작사부작 독학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AI라는 새로운 분야를 배우면서 세상이 정말 천지개벽할 만큼 발전했구나를 느껴요.
정신과 마음 건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고 하셨어요.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어두운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독일에서 겨울이 되면 우울증 걸리는 소식을 많이 들어요. 날씨가 좋지 않고, 특히 해가 적다보니… 1월, 2월이면 늘 슬픈 소식이 들려와요. 우울증으로 최악의 선택을 하신 분들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할 수 없죠. 다만 그만큼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생각을 자세히 말하기 조심스러워요. 만약 나에게도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 대비하고 마음 운동을 해두자는 거예요.
불안을 달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해외생활을 하고 있으니 불안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루에도 몇번씩 저도 모르게 불안감이 막 밀려올 때가 있어요. ‘딱 5분만 내 안에 있다 가거라….’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해요. 제가 계속 도망간다고 불안이 해결이 되지 않을 바에는 충분히 5분 동안 이 불안의 근원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요. 내가 핸들링 할 수 있으면 해결 방법을 찾고, 내가 핸들링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시간에 맡겨요.
힘들거나 슬플 때는 거기에 빠져있기보다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고 해요. 우울감을 느낄 땐 곧장 망각하려고 다른 주제로 생각을 전환하고요. 행복하고 기분 좋을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너무 일희일비하게 살아왔기 때문인지, 그런 점을 지양하면서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과거 일희일비했던 경험에서 무언가를 깨달았기에 지금처럼 감정을 잘 다룰 수 있게 된 걸까요, 아니면 타고난 성향일까요? 저는 여전히 기분과 감정의 소용돌이에 지는 순간이 많거든요.
아직도 감정 컨트롤을 잘 하는 건 아니에요. 너무 쉽게 감정을 표출하다보면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 지금은 잘 제어하는 척 연기하는 걸 수도 있어요. 연기가 가식이라 하더라도, 일희일비하는 저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한 것보다는 나을테니 그렇게 행동해요.
마인드 컨트롤 연습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심호흡이에요. 나의 개인적인 느낌을 바로 내뱉기보다는 크게 심호흡한 후에 말하면, 안할 때보다는 조금 더 드라이하게 표현되더라고요. 그 후에는 다시 복기를 해봐요. 당시 감정이 정말 내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과장된 표현이 들어간 걸까. 나의 진심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질문을 하다보면 메타인지가 조금은 향상되는 걸 느껴요.
워낙 다혈질인 성격이라 이 연습이 힘들기는 하지만,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저도 묵직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거든요. 나이가 마흔이 넘어도 아직 미성숙 어른이랍니다. 아마 평생 죽을 때까지 연습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독일에 살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특별히 다이내믹한 삶을 살지 않아서요. 그저 매일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길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눈인사가 저를 따스하게 터치해요. 독일 사람들은 무뚝뚝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친절하고 따뜻한 이들을 많이 만났네요.
요즘 가장 큰 걱정이나 고민거리는 무엇인가요?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자 주제예요. 윤리적, 경제적, 사회적 등 여러가지 카테고리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고 있어요. 아마 죽을 때까지 하지 않을까요.
보리수나무님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 궁금해요.
방금 전에 했던 대답과도 이어져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이고, 의미있게 사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자문하면서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어요. 그러다보니 아직 딱 정해놓은 모습은 없어요. 다만 지금까지의 자문자답을 통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생겼어요.
‘틀에 박힌 삶의 정석’은 하지 말자.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서 애 낳고, 대출 끌어모아 집 사고, 대출금 갚으면서 아이들 키우는 삶은 살지 말자고 결정했죠. 그 생각은 지금 실현 중이네요.
주변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기도 할텐데요. 그럴 때 본인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나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SNS 디톡스를 시작했어요.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었는데, 그것 하나만으로 굉장히 많은 것이 변했어요. 제가 한국에서 직장 다닐 때는 워낙 트렌드에 민감한 일을 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SNS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주변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왜 나는 그들보다 못사는 것 같은지, 왜 나만 빼고 다들 행복한지… 쓸데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했죠. 이런 행위가 저를 퇴행시키는 것 같았어요.
남들과는 다른 나의 선택이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맞을까? 온갖 생각이 휘몰아치는 데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오롯이 저로 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SNS를 끊은 이후 오롯이 제 자신과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요. 가족과 친구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응원해주고 있어요. 참 다행이죠.
보리수나무님만의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두려움이 커지더라고요. 자신을 믿어보세요. 비록 지금 큰 유리문에 가로막혀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도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없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끊임없이 준비하고 두드리면 누군가 그 문을 열어주거나 혹은 내가 열쇠를 찾을 수도 있을 거예요. 순풍을 타고 가는 쉬운 인생은 아니더라도, 내가 선장이 되어 직접 인생을 운전해보는 경험을 해보시길.
